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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단편

[쿠로츠키] 베타놀이

단지078 2016. 7. 22. 16:00

오메가버스AU


세상에는 계층이 있다.
절대 거스를 수 없는 하늘과 같은 존재 알파, 중간계급 베타, 위의 두 계층아래 존재하는 소수의 오메가.
힘으로 지배되었던 세대에는 절대적 우위관계였지만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사상 아래에 많은 것이 변했다.최근엔 최초의 오메가 대통령도 나와 박수를 받고있고 오메가의 인권신장을 위한 운동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권신장을 위한 운동. 여전히 불평등하다는 반증이지. 이 사회는 절대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지금도 얽혀있다.


뭐, 나랑은 관계없지만.


나도 사람들 위에 서는 알파였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태어나보니 오메가였다. 아버지는 베타, 어머니도 베타, 형도 베타. 당연히 나도 베타로 태어났어야 하는 법이긴 하다. 어머니는 오메가 판정을 받은 내 앞날에 걱정을 많이하셨다. 히트사이클, 발정한 짐승처럼 알파에게 엉덩이를 내밀 오메가. 그런 오메가를 애완견처럼 대하는 알파들. 아들에게 가해질 광경은 어머니뿐만아니라 아버지의 마음도 의연치 못하게 했을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우리가족을 제외한 그 누구도 내가 오메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기로 했다.
학교도 공부도 전력을 다하지 않는 성격은 주변인들에게 나를 베타로 인식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막상 크면서는 무심한 둘째아들의 성격을 더욱 걱정하시는 듯하다. 
그래. 나에게 주어진 베타놀이는 인생을 꼴사납지 않도록 만들어주었다.


*


배구를 계속한건 단순히 형에 의해서였다. 전력으로 임해서 눈물을 보이는 일따위 없이도 단순한 부활동으로 배구를 할 수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
동료들이고 선배들이기 이전에 그들에게선 알파의 향이 났다.


맹수에게 향이 있다면 이런 향일까.
피식자는 뼈도 못추리고 몸을 낮춰 목덜미를 내놔야할 것처럼 솜털하나하나가 곤두세워지는 진한 향이 알파들에게서 뿜어져나왔다. 평범한 오메가라면 뒷걸음질 치거나 엉덩이를 들이밀었겠지. 
그렇게 형을 핑계삼아 버텨왔다고 생각한 배구부 활동은 여름 합숙 때 의미를 잃었다. 배구를 그만뒀다고 생각한 형은 대학에서도 여전히 배구를 하고있었고 코트 위를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미 자신의 답을 찾고 사는 형에게 굳이 내가 배구부 안이란 맹수우리에 몸을 던져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분명 알고 있었는데. 배구를 그만 둘 생각이 들지않았다. 오히려 지독하게 냄새나는 합숙 훈련에 참여하다니 미친게 아닌가. 나는 내 자신이 합리적인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멍청한듯했다. 그들에게서 같은학년의 천재동료에게서 나는만큼의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을 알면서도 그만두지 않으니. 시덥잖은 농담을 하며 헤프게 웃는 쿠로오와 보쿠토가 보였다. 저 둘은 다른 이들보다 더 조심해야했다. 시도때도없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거나 끌고가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에. 조심한다해도 오메가가 가진 선천적인 냄새를 안맡을 수는 없겠지.
특히 네코마의 주장은 처음 본 순간 뒷걸음질칠뻔 할 정도로 크게 놀랐다. 고양이라기보다는 흑표범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눈빛이 마주칠 때, 모든 신경이 도망치라는 경보를 울리기시작했었다. 갑자기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움직이는 쿠로오가 눈에 비친다.


"쿠로오씨."
"어?"
"왜그래요? 새끼잃은 강아지처럼."


평소처럼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을 던지며 입꼬리를 뒤틀며 다가갔다. 
자신에게 그의 시선이 닿았다. 방금전의 장난스러운 표정은 사라지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이내 입꼬리가 살며시 비틀리는 것이 보였다. 비웃는 듯한 웃음이었지만 눈빛은 비웃는것보다는 오히려......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츳키 오늘은 이만하면 됐으니까 그만 가서 씻어."


이내 본래 잘 짓는 헤픈 웃음을 보이며 내 등을 떠민다.


*


히트사이클이 얼마남지않았다. 그래서 약을 제 때 먹어야했는데, 도대체 어디간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원래 뒀던 가방 안은 당연히 뒤져보았고 옷의 주머니란 주머니는 전부 찾았다. 차라리 다른것이 사라지지 왜 하필 이런때 약이 사라지는지. 내일이 합숙 마지막이니 그냥 두고 갈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당장 내일 밖에 나다니는 것도 문제였다. 게다가 다른 이에게 약이 발견되어도 마찬가지고.
후드를 뒤집어 쓰고 문을 열자마자 앞에 쿠로오가 서있었다. 깜짝 놀라 움츠러들었다.


"뭘 그렇게 놀라?"
"문열자마자 바로 앞에 서 있어서 좀 놀랐잖아요. 어쩐일이에요?"
"아니 그냥. 내일이면 다들 헤어지잖아. 얼굴이나 보려고."
"아 그러세요. 저 근데 지금 좀 찾으러가야할게 있어서..."


말끝을 흐리고 문밖으로 나서려는데 앞의 장애물은 비킬생각을 하지 않는다. 눈치를 못읽을 사람이아닌데 모르는척 빙글 웃는 얼굴을 노려봤다.


"무서워라. 뭘 그렇게 찾으러 가는데?"
"알 거 없잖아요."
"니가 찾는게 혹시 이거야?"


그의 트레이닝 바지 안에서 나오는 작은 약통에서 약이 굴러다니는 소리가 났다.


"그걸... 왜... 아니, 윽."


얼이 빠져 멍하니 바라보는순간 그가 나를 밀어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잠그는 소리가 선뜩하게 들렸다.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에게서 나는 향은 더욱 짙어졌다. 가까이 다가오는 그를 무의식적으로 피했는지 등뒤에 벽이 닿았다.
차가운 눈으로 시선을 쏟는 그에게서 벗어나야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계급은 정해져있었다. 그가 나를 씹어삼킬것이다.
코앞에 다다른 그가 내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는다. 입김이 목에 닿아 소름이 돋았다.


"있잖아, 츳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게하는 알파의 냄새가 코끝에서 진동을 한다. 중심이 일어설 것만같은 감각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내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을 들을 생각은 아니었는지 그가 말을 잇는다.


"알파냄새 지독하지?"
"...무슨, 무슨소리..."
"우습게도 네가 내 냄새를 지독하게 맡을 수 있는 만큼 나도 네 냄새가 숨막힐정도로 자극되거든.
설마 순진하게 내가 오메가 하나를 구분 못할 줄 알았어?"
"......"
"다른 알파도 마찬가지였을걸. 어디서 나는 설익은 오메가 향이 체육관 안에서 진동을 했으니까. 몇몇은 다수에 섞여있는 오메가를 상상하면서 뺐을거야."


목덜미에 축축한 입술이 닿는다. 온몸이 떨린다는걸 그때 깨달았다. 입술을 찍듯이 천천히 올라오던 그가 귓바퀴를 아프게 물었다. 잘근 씹는 느낌이 생경해 눈에 물기가 차올랐다. 허벅지 안쪽이 경련하는 것이 느껴졌다.


"근데 그 알파들 속에서 네가 어떻게 무사했는지 궁금하지않아?"
"...별로. 흐윽..."
"너 이미 내 아래에 있는 오메가거든. 남의 걸 쟁취하려면 나랑 싸워야하는데 그럴 능력이 있을리가 있나."


티셔츠를 말아올려 허리를 더듬는 손이 성감대를 짚는듯했다. 머리가 뜨거워지고 숨이 차올랐다. 숨길 생각 없다는 듯 그가 부푼 자신의 중심을 내 허벅지에 비볐다.


"처음 봤을때부터 너한테서 나는 냄새가 어찌나 진하던지. 같이 연습하는 동안 안세우려고 고역이었어.
그런데 앙큼하게 베타라고?"


차가운 그의 손이 가슴의 유두를 문지른다.손으로 무언가를 움켜쥐고 싶었지만 갈피를 못잡는 손은 벽만 긁을 뿐이었다. 그의 입술이 내 입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억지로 들어오는 혀가 입안을 헤집는다. 동시에 허벅지가 내 중심을 자극하면서 흥분이 일었다는걸 느꼈다.
벽을 훑던 손을 그가 쥐어서 그의 어깨위에 내려놓았다.


"끌어안아봐."


그의 목에 양 팔을 둘러안았다. 다시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고 여린살을 잘근잘근 씹던 그가 내 귀에 속삭인다.


"케이. 나랑 섹스할래?"


은근하게 그곳을 문지르는 허벅지는 멈추지 않았고 점점 욕망은 커졌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목덜미를 드러내며 내게 뜨거운 숨을 불어넣는 그에게서 미친듯한 욕정이 일었다.
진짜 최악이야.


"응? 츳키."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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